‘수소’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가장 유력한 신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일찍이 1977년 석유시대를 넘는 대안으로 수소에너지를 주목한 바 있다. 최근, 2017년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구성되었으며, 지난해 10월 국가 간 협력을 위한 ‘수소각료회의’가 일본에서 출범했다. 필자는 이 회의에 참석하여 각 국 대표들과 의견을 나누며 기술 발전에 힘입어 먼 미래의 일로 생각되었던 수소경제의 실현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세계 각국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수소’ 일까.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만큼 풍부하며, 사용하고 난 후 물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이자,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이다. 자동차, 발전소에서 수소를 활용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함은 물론, 미세먼지를 청정 공기로 바꿔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수소는 매우 안전한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대기 중에 누출되더라도 빠르게 공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매우 낮다. 실제로 전 세계 340여개 수소충전소에서 사고가 난 사례가 전무하며, 지난 50년간 수소를 안전하게 생산하고 현장에서 이용해 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수소 경제로 이행을 위한 충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600KM 이상)를 달리는 수소차 기술과 그에 필요한 핵심부품들을 90%이상 국내 부품공급업체로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다수의 대기업이 다양한 연료전지 형태의 기술경쟁력과 노하우를 축적하여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이미 대규모 석유화학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99.999%에 가까운 고순도의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약 4만 8천 KM에 달하는 발달된 천연가스 공급망을 통해 필요한 지역에서 추출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도의 과감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싸게 더 안전하게 생산, 유통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태양광, 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적인 수소생산도 적극나서야 한다. 수소경제는 수소차, 연료전지업체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의 육성을 통해 고용과 투자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수소경제는 우리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여 에너지 자립에 기여할 것이며, 청정수소 연료전지로 자동차 등 모빌리티는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여 소비하는 명실상부한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함께 뛰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라는 새로운 여정에 기업과 국민 여러분이 지속적 투자와 활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함께 나선다면, 깨끗한 에너지를 통한 새로운 미래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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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